유책주의 vs 파탄주의|이혼재판에서는 누가 이혼을 청구할 수 있을까?

What kind of Q are you asking?

이미 부부관계가 완전히 끝났는데도 이혼을 해주지 않으면 계속 혼인관계를 유지해야 할까?

이혼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법률 정보를 찾아보다 보면 유책주의와 파탄주의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특히 배우자의 외도나 장기간 별거 등으로 혼인관계가 사실상 끝났는데도 상대방이 이혼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 혼인생활을 먼저 파탄시킨 배우자가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쟁점이 됩니다.

유책주의 vs 파탄주의

잊을만 하면 기사에 나오는 우리가 잘 아는 유명한 감독과 여배우의 사생활이 자극적인 기사로 나오면서 궁금해지더라구요.

대부분 이혼의 쟁점은 인정하기 싫어도 '돈'인 경우가 많은데 위와 같은 경우는 돈의 문제가 아니라 인정의 욕구가 더 중요한것 같아요.


우리나라 이혼제도는 어떤 원칙을 적용하고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나라 재판상 이혼은 원칙적으로 유책주의를 따르고 있습니다.

다만 이것이 “잘못한 배우자는 어떠한 경우에도 절대 이혼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대법원은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예외적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목차

1. 유책주의란 무엇일까?

유책주의(有責主義)​란 혼인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자신의 잘못을 이유로 이혼을 청구하는 것을 제한하는 입장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남편 A씨가 다른 사람과 장기간 부정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가정을 소홀히 했습니다.
아내 B씨는 이혼을 원하지 않았고, 남편의 외도로 인해 부부관계가 사실상 파탄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A씨가 법원에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별거하고 있고 혼인관계도 회복할 수 없으니 이혼해 달라.”고 청구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유책주의에서는 단순히 혼인관계가 깨졌다는 사실만으로 이혼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누가 혼인관계를 파탄시켰는지를 중요하게 살펴보기 때문입니다.
대법원도 재판상 이혼에 관한 민법 제840조가 원칙적으로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2. 그렇다면 파탄주의는 무엇일까?

파탄주의는 조금 다릅니다.
파탄주의(破綻主義)​는 혼인관계를 누가 잘못했는지보다 현재 혼인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파탄되었는지를 중요하게 보는 입장입니다.

쉽게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구분

유책주의

파탄주의

핵심 기준

누가 잘못했는가

혼인이 회복 불가능하게 깨졌는가

중요하게 보는 것

혼인파탄의 책임

혼인관계의 현재 상태

유책배우자 이혼청구

원칙적으로 제한

일정 요건에서 가능

제도의 취지

책임 없는 배우자 보호

사실상 끝난 혼인관계의 해소


따라서 같은 부부관계라도 어느 원칙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이혼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3. 우리나라 법에서는 어떤 원칙을 적용할까?

우리나라 민법 제840조는 재판상 이혼원인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840조에 따르면 배우자에게 부정한 행위가 있었거나, 악의로 다른 배우자를 유기한 경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우,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불명인 경우, 또는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 등에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제6호의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가 유책주의와 파탄주의가 충돌하는 대표적인 부분입니다.

혼인관계가 실제로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다면 이혼을 인정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제한해야 하는지가 문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혼재판

4. 실제 판례로 알아보는 유책주의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인 판례가 대법원 1986. 3. 25. 선고 판결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청구인이 혼인 중 다른 사람과 내연관계를 맺고 장기간 동거하면서 자녀까지 둔 상황이 문제되었습니다.

혼인관계가 사실상 파탄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파탄의 원인이 청구인 자신의 잘못에서 비롯되었다면, 단순히 “혼인관계가 이미 끝났다”는 이유만으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내가 혼인을 깨뜨려 놓고, 혼인이 깨졌다는 이유로 이혼을 요구할 수는 없다.”는 것이 당시 판례가 보여주는 유책주의의 핵심입니다.
참... 지금의 상식과는 맞지 않는 현상이죠.


5. 가장 중요한 판례|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유책주의와 파탄주의를 이해할 때 반드시 알아둘 판결이 있습니다.
바로 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입니다.
이 사건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대법원은 다수의견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대법원은 우리나라에는 협의이혼 제도가 있기 때문에 유책배우자라고 하더라도 상대방과 충분히 협의하고 보상 등을 통해 합의에 이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습니다.

따라서 당시 대법원은 우리나라 재판상 이혼제도에 파탄주의를 전면적으로 도입할 필요성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6. 그렇다고 유책배우자는 무조건 이혼할 수 없을까?

아닙니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원칙적으로 제한된다고 해서 모든 경우에 무조건 기각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일정한 사정이 있다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도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 유책배우자의 책임이 상당히 약해진 경우
*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과거의 책임을 현재까지 계속 묻는 것이 큰 의미가 없어진 경우
* 상대방 배우자와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충분히 이루어진 경우
* 상대방 배우자에게 이혼으로 인해 지나치게 가혹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
* 혼인관계가 사실상 장기간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된 경우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유책배우자는 절대 이혼할 수 없다”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7. 실제 사례로 쉽게 이해해보기

사례 ① 외도로 가정을 떠난 남편

A씨와 B씨는 결혼한 지 15년 된 부부입니다.
A씨는 다른 사람과 부정한 관계를 맺은 뒤 집을 나갔습니다.
이후 새로운 동거관계를 유지하면서 B씨에게 이혼을 요구했습니다.
B씨는 이혼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A씨는 법원에 “우리는 이미 수년째 별거하고 있고 혼인관계는 회복할 수 없다.”며 이혼을 청구했습니다.

결과는?

이 경우 단순히 별거기간이 길다는 이유만으로 A씨의 이혼청구가 당연히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혼인관계가 파탄된 주된 원인이 A씨의 외도와 가정 이탈이라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라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혼인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그 파탄을 이유로 이혼을 청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입장입니다.


사례 ② 20년 가까이 별거한 부부라면?

A씨와 B씨가 오랜 기간 별거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A씨에게 혼인파탄의 책임이 상당히 컸지만, 수십 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완전히 독립적인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자녀들도 이미 성장했습니다.

A씨는 상대방의 생활을 방해하지 않고 경제적인 책임이나 필요한 보호조치도 상당 부분 이행했습니다.
그런데 B씨가 단지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혼인관계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면 어떨까요?

이런 경우에는 단순히 과거의 유책성만 보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혼인관계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유책배우자의 책임이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은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8. 2022년 대법원 판결은 무엇을 보여줄까?

최근의 중요한 판례로는 대법원 2022. 6. 16. 선고 2022므10109 판결이 있습니다.
이 사건은 혼인파탄을 이유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 사건입니다.

대법원은 여전히 우리나라 재판상 이혼은 원칙적으로 유책주의라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유책성이 더 이상 이혼청구를 배척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않은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이혼을 허용할 수 있다는 판단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이때 법원이 고려하는 요소는 상당히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1. 유책배우자의 잘못이 어느 정도인지
  2. 상대방 배우자가 정말 혼인생활을 계속하려는 것인지
  3. 별거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4. 별거 이후 부부의 생활관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5. 혼인기간과 당사자의 나이는 어떠한지
  6. 이혼 후 상대방의 경제적·사회적 생활이 지나치게 어려워지는지
  7. 미성년 자녀의 양육과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8. 이혼 후 상대방을 보호할 수 있는 조치가 충분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봅니다.

즉, 법원은 단순히 “누가 잘못했는가?” 하나만 보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잘못의 책임이 현재까지 이혼을 막을 정도로 남아 있는가?”까지 살펴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9. 유책주의와 파탄주의를 한 문장으로 비교한다면?

유책주의 : 혼인을 깨뜨린 사람이 그 파탄을 이유로 이혼을 요구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파탄주의 : “누가 잘못했는지보다 혼인관계가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상태인지에 초점을 맞춘다.”

우리나라 법원은 파탄주의를 전면적으로 채택한 것이 아닙니다.
현재 대법원 판례의 기본적인 입장은 유책주의를 원칙으로 하되, 일정한 경우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10. 이혼재판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잘못했는가'만이 아니다

이혼소송을 생각하면 많은 사람들이 “내가 잘못했느냐, 상대방이 잘못했느냐”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 재판에서는 혼인기간, 별거기간, 자녀의 존재, 경제적 상황, 부부가 현재 어떤 관계에 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대법원도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할 때 혼인계속 의사, 파탄의 원인과 책임, 혼인기간, 자녀, 당사자의 연령, 이혼 후 생활보장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혼재판에서는 단순히 “별거한 지 오래됐으니까 이혼된다.” 또는 “내가 유책배우자니까 절대로 이혼할 수 없다.” 라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무엇인지에 따라 법원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11. 핵심 정리

유책주의와 파탄주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우리나라 재판상 이혼은 원칙적으로 유책주의입니다.
② 혼인관계를 파탄시킨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원칙적으로 제한됩니다.
③ 하지만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모든 경우에 금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④ 시간이 오래 지나 유책성이 희석되고 상대방에 대한 보호가 충분한 경우 등에는 예외적으로 이혼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⑤ 법원은 별거기간, 혼인기간, 자녀, 경제적 상황, 상대방의 혼인의사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이혼제도를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면,
“유책주의를 원칙으로 하면서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정하는 구조” 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

유책주의와 파탄주의의 차이는 단순한 법률용어의 차이가 아닙니다.

실제 이혼재판에서는 배우자의 외도, 장기간 별거, 가정폭력, 경제적 문제, 자녀 문제 등 다양한 사정이 함께 고려될 수 있기 때문에 같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라도 사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오래 별거했으니 무조건 이혼이 된다”거나 “내가 잘못했으니 절대 이혼할 수 없다”는 식으로 이해하는 것은 주의해야 합니다.

이혼소송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판단되는 만큼, 실제 소송을 준비한다면 자신의 사건에 적용되는 법률과 판례를 개별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법리상의 경우와 인가사의 경우는 좀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아무리 법이 그렇다 하더라도 조금 더 억울한 쪽에 유리하도록 판결이 나는 사례들이 많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이런 복잡한 이혼소송이 생기지 않게 자기자신을 되돌아 보는 것이 중요하겠죠.
좀 더 신중하자고요.


※ 이 글은 법률 상식을 쉽게 설명하기 위한 정보성 콘텐츠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자문이나 소송 결과를 보장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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